아이를 재우고 나니 밤 10시. 저녁에는 밥을 몇 숟갈 못 먹었는데, 싱크대 정리를 끝내자마자 과자 봉지에 손이 간다. 회사에서도 비슷하다. 오후에 저칼로리 젤리를 먹으며 버텼는데 퇴근길 편의점에서는 빵 진열대 앞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다이어트 간식까지 골라 먹었는데 왜 이럴까. 간식을 잘못 골랐을 수도 있지만, 그 전에 살펴볼 게 있다. 오늘 제대로 앉아서 먹은 끼니가 있었는지다.
나는 간식을 고를 때 칼로리보다 먼저 묻고 싶은 게 있다. 지금 필요한 게 저녁까지 버틸 음식인지, 잠깐 즐길 달콤한 맛인지. 이 둘을 구분하면 장바구니가 꽤 달라진다.
젤리는 먹었는데 배는 여전히 고픈 오후
점심으로 채소 위주의 샐러드를 먹고 밥이나 빵은 뺐다고 해보자. 오후 4시에 배가 고파져 저칼로리 젤리를 하나 먹는다. 입은 심심하지 않은데 속은 계속 허전하다.
이럴 때 젤리를 하나 더 먹는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수 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수분이 많고 단백질과 지방이 거의 없는 젤리는 허기를 오래 달래기 어렵다. 식사가 부족했다면 더 그렇다.
간식을 먹었는지보다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가 중요하다. 달걀 하나와 작은 과일, 플레인 요거트와 견과류 조금처럼 단백질 식품에 과일이나 통곡물 등을 곁들이면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배가 고플 때마다 단백질만 추가할 필요는 없다. 점심에 닭가슴살과 채소만 먹었다면 밥이나 고구마 같은 탄수화물 식품이 빠져 있었을 수 있다. 간식을 고르기 전에 점심 도시락부터 떠올려보자.
다이어트 간식은 다음 식사 시간에 맞춰 고르면 쉽다
저녁까지 한 시간 남았을 때와 야근 때문에 네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때, 같은 간식으로 버틸 필요는 없다. 모두에게 맞는 간식 열량도 따로 없다. 식사량과 활동량, 배고픔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퇴근까지 오래 남았다면 씹어 먹을 것을 챙긴다
오후 회의가 길어지는 날에는 구운 달걀과 바나나처럼 준비가 간단한 조합이 편하다. 냉장고를 쓸 수 있다면 무가당 요거트에 과일을 곁들여도 좋다. 유제품이 맞지 않으면 무가당 두유와 작은 고구마로 바꿀 수 있다.
편의점에서도 충분히 고를 수 있다. 달걀과 과일을 따로 사면 양을 조절하기 쉽다. 식사가 많이 늦어진다면 작은 주먹밥에 달걀을 곁들여 가벼운 식사로 먹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허기가 큰데 계속 간식만 조금씩 먹으면 먹은 양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견과류는 책상 서랍에 두기 좋지만 큰 봉지째 먹기 쉽다. 작은 용기에 먹을 만큼 덜어두자. 건강에 좋은 지방이 들어 있어도 열량은 있는 식품이다.
저녁이 곧이라면 간식을 꼭 먹을 필요는 없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고 곧 식사할 수 있다면 정해둔 간식 시간을 지키려고 억지로 먹을 이유는 없다. 반대로 배가 고파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면 저녁을 앞뒀다는 이유로 참을 필요도 없다. 요거트나 달걀처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을 고르면 된다.
오후 3시만 되면 자동으로 배달 앱을 켜는 사람도 있다. 허기인지, 졸음인지, 잠깐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건지 한 번 살펴보자. 물을 마시고 잠깐 쉬어도 배가 고프다면 먹으면 된다. 물로 허기를 계속 덮어두라는 뜻은 아니다.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이름보다 뒷면을 보자
포장 앞면에는 눈길을 끄는 말이 많다. 저당, 고단백, 통곡물. 고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 문구만으로 한 봉지를 다 먹어도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실제로 먹을 양의 열량과 단백질, 당류를 함께 보는 편을 권한다. 식이섬유가 표시돼 있다면 그것도 참고할 수 있다. 다만 숫자 하나로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나눌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영양정보가 100g 기준인데 한 봉지가 40g이라면 표시된 열량에 0.4를 곱하면 된다. 반대로 한 봉지에 두 번 먹을 분량이 들어 있는데 한 번 먹을 분량의 열량만 보고 있다면 실제 섭취량을 적게 계산하기 쉽다.
당류가 낮아도 지방이 많이 들어가면 열량은 높을 수 있다. 프로틴바도 단백질 함량과 크기, 열량이 제각각이다. 이름만 보고 고르기보다 평소 먹는 과자와 같은 양으로 비교해보면 판단하기 편하다.
칼로리 바란스 같은 바 형태 제품을 고를 때도 같다. 소포장 하나와 상자 전체를 구분하고, 영양정보가 어느 양을 기준으로 적혀 있는지 확인하자. 바 하나로 저녁을 대신하려 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먹고 나서 계속 허기가 남는다면 우유나 두유를 곁들이거나, 아예 식사를 챙기는 편이 낫다.
당알코올이 들어간 저당 간식은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배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를 할 수 있다. 처음 먹는 제품이라면 적은 양부터 먹어보고 내 속이 편한지도 확인하자.
초코 파이 칼로리를 검색하다가 더 먹게 되는 날
초코파이가 당길 때 검색창부터 여는 사람이 많다. 초코 파이 칼로리를 확인한 뒤 숫자가 부담스러워 다른 간식을 꺼낸다. 젤리도 먹고, 견과류도 먹고, 결국 처음 먹고 싶었던 초코파이까지 먹는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원하는 맛을 계속 미루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만하다. 배가 고픈 것과 초콜릿 맛이 먹고 싶은 것은 겹치기도 하지만 늘 같은 일은 아니다.
초코파이 열량은 브랜드와 맛, 개당 중량에 따라 다르다. 검색 결과에 나온 숫자를 모든 제품에 적용하지 말고 지금 먹는 포장지의 개당 영양정보를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미니 제품과 일반 제품도 구분해야 한다.
먹기로 했다면 접시에 하나 꺼내 앉아서 먹어보자. 휴대폰을 보며 봉지를 연달아 뜯는 것보다 맛과 먹은 양을 알아차리기 쉽다. 허기도 크다면 초코파이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우유나 두유 같은 식품을 함께 먹거나 식사를 챙기자.
초코파이 하나를 먹었다고 다음 끼니를 굶을 필요는 없다. 체중 관리는 한 번의 간식보다 며칠, 몇 주에 걸친 식사와 활동의 영향을 받는다. 먹은 것을 만회하려고 저녁을 건너뛰면 밤에 허기가 커질 수 있다.
출산 후에는 간식을 줄이기 전에 내 식사 자리를 만든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내 밥은 자꾸 뒤로 밀린다. 식은 국에 밥 몇 숟갈을 먹거나, 아이가 남긴 음식을 주워 먹고 한 끼를 끝내기도 한다. 이렇게 보낸 날 밤에 배가 고픈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산후에는 회복에 필요한 영양을 챙겨야 한다. 특히 수유 중에는 개인의 상태와 수유량에 따라 필요한 에너지가 달라진다. 임신 전 식사량이나 인터넷의 감량 식단을 그대로 기준 삼아 무리하게 줄이지 말자.
영국 NHS의 수유 중 식사 안내에서도 다양한 식품을 먹도록 권하고, 과일과 견과류, 당이 적은 요거트 등을 간식으로 제안한다. 특별한 다이어트 제품을 사야만 식사를 관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삶은 달걀이나 씻어둔 과일, 바로 먹을 수 있는 요거트를 눈에 띄는 곳에 두자.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좋지만, 가능할 때는 잠깐 앉아서 내 몫을 먹는 시간을 확보하면 좋겠다. 수유하면서 먹는다면 뜨거운 음식과 음료는 아기 가까이에 두지 않는다.
출산 직후이거나 빈혈, 회복 지연, 수유 문제가 있다면 감량을 서두르기보다 의료진과 식사 계획을 상의하자. 밤중 수유로 잠이 부족한 시기에 식욕까지 완벽하게 통제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내일 먹을 간식보다 오늘 비워둔 끼니를 먼저 본다
운동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도 간식을 무조건 끊는 것으로 하루를 정리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후에 배가 고프다면 점심이 너무 적었는지, 저녁까지의 간격이 너무 길었는지부터 살펴보자. 간식이 필요하다면 출근 가방에 하나 넣어두면 된다.
며칠 동안은 칼로리를 빼곡히 적는 대신 간식을 먹은 시간과 그때의 허기, 직전 식사만 짧게 남겨봐도 좋다. 야근하는 날에만 과자가 당기는지, 점심에 밥을 뺀 날마다 빵을 찾는지 보일 수 있다.
오늘 밤에도 과자 서랍을 열었다면 내일 간식부터 금지하지 말자. 내일 점심을 제대로 챙기고, 저녁이 늦어질 것 같으면 오후에 먹을 달걀과 과일을 준비해두자. 그날 밤의 허기가 달라지는지부터 지켜보면 된다.